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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노인소비자 이미지와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를 바라며
이름 최혜경 교수 단체 이화여자대학교 소비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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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소비자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한국사회는 최근 많은 급격한 변화를 겪어왔다. 대표적인 두 개의 변화를 꼽으라면 인구의 고령화와 삶에 대한 기대수준의 상승일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노인인구는 세계에서 유래 없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 수십년간 한국사회가 성취한 외형적 경제성장은 이제 웰빙 또는 삶의 질에 대한 관심으로 귀결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까지 한국사회에서는 노인소비자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노년기의 삶의 질에 대한 기대를 탐구하고 반영하기 보다는 노인소비자로 하여금 소극적이고 의존적인 삶에 안주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왔다. 노년기는 인생의 황금기를 지나 지속적인 쇠퇴를 경험하다가 죽음에 이르는 시기인데, 우리는 지금까지 노인을 신체·심리적으로 의존적이 되어서 빈곤과 고립을 경험하는 인구집단으로만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노인소비자 시장은 제한된 경제적 자원을 가지고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역할을 하는 인구의 하층 영역으로 간주되어, 기업에서는 좀 더 젊은 소비자에 초점을 맞추어왔다. 결국 노인은 타산성있는 시장이기보다는 주로 복지나 소비자피해 구제와 같은 공공정책을 위해 존재하는 집단으로서 관심을 받아온 것이다.

현재 노인소비자에 대한 이미지

현대사회에서 소비자가 어떤 위치에 있는가에 대해서는 학자마다 서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는데, 그 중 애들러라는 학자는 소비를 하는 목적과 시장에서 행사하는 파워의 정도에 따라 소비자를 4개의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우선 일반적인 소비의 목적으로 도구적 소비가 있다. 소비자가 생존과 생활에 필요한 것을 시장에서 획득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행하는 소비이다. 도구적 소비를 하는 소비자 중 기업이나 상인에 의해 휘둘리지 않고 다양한 정보를 획득하며 서로 비교하면서 가격과 물건의 효용을 고려하여 합리적으로 구매의사결정을 하는 소비자는 ‘합리적 소비자’로 분류된다. 반면 정보를 거의 구하지 못하거나 잘못된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격이나 기능면에서 잘못된 물건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소비자는 ‘피해 소비자’로 분류된다.
현대사회에서는 소비문화가 고도로 발달하면서 생활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도구적 소비보다는 생존과 생활을 뛰어넘어 상징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표현적 소비가 더 부각되고 있다. 소비자는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즉 자신이 누구인가, 어디에 속하는가, 지향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등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표현적 소비를 주로 하게 되었다. 표현적 소비를 할 때는 물건의 가치를 가격의 측면에서보다는 사회문화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평가되는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예를 들어, 환경보전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자라면 친환경 제품이라거나 친환경활동을 하는 기업의 제품을 구매할 것이다. 이렇게 자신을 표현하기 위해 적절한 사회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가진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표현적 소비자’라고 한다. 그러나 가끔 기업이나 상인의 사기 또는 과대 마케팅이 현혹되어 실제와 다른 제품을 사게 되는 경우가 있다. 유기농 재료로 만든 분유로 믿고 구매했는데, 그 분유에서 중금속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를 보자. 이때 소비자는 ‘호구’, 젊은 사람들의 표현으로 ‘호갱님’이 되는 것이다.
애들러의 분류에 따르면, 현재 노인소비자는 도구적 소비를 하는 소비자로서 시장에서 자기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기업이나 상인들에 의해 휘둘리는 ‘피해소비자’로서의 이미지가 강하다. ‘피해소비자’로서의 노인소비자 이미지는 현재의 노인소비자와 앞으로의 노인소비자를 얼마나 잘 나타내는 것일까?

노인소비자, 실제로는 어떠한 모습인가

한국의 노인소비자는 실제 어떤 모습인지 경제적 측면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올해 2016년도에 발간된 한국소비자원의 “고령소비자의 소비생활 및 소비자문제 특성:한일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60세 이상 한국 노인소비자의 순자산 평균은 전체 한국소비자의 순자산 평균보다 높다. 그러나 이들의 소비지출 규모는 전체 소비자 지출 평균액의 3분의 2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노인소비자의 자산규모가 소비지출 규모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자산규모에 있어서 노인 소비자간의 편차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노인소비자가 모두 상당한 구매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충분한 규모의 자산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자산 중 부동산 같은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이어서 현금화가 원활하지 않아 자산 규모가 곧 구매력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노인소비자의 지출항목을 보면 주로 식비, 주거, 수도·광열, 보건비 등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교육, 오락·문화비 등 여가나 문화생활을 위한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낮다. 그러나 ‘자신의 소비규모에 대한 만족도’가 100점 만점에 53.2점으로 중간 정도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소비욕구를 억제하면서 한정된 범위 안에서 소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어쩌면 노인소비자는 도구적 소비에서 더 나아가 표현적 소비의 욕구를 가지고 있으나, 이러한 표현적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는 여건은 갖추고 있지 못하거나 적절하게 충족시키는 방법을 모르는 것은 아닌지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의 노인소비자가 자주 경험하는 소비문제는 병·의원서비스, 건강식품, 이동통신·통신기기, 유사보험이나 민영보험 등으로서, 상품선택시 품질에 비해 과도하게 비싼 가격으로 구매하게 된다거나 분쟁이 일어났을 때 피해구제상의 문제를 다른 연령층의 소비자에 비해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인소비자는 방문판매로 인한 소비자피해 경험율이 다른 연령집단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 노인소비자는 신체나 경제적 상황에 기인한 이동성의 저하로 다른 연령층의 소비자보다 일반 상점, 할인점, 백화점 등 다른 유통채널의 접근이 쉽지 않다. 특히 점점 지역상권이 감소하는 추세라 노인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문판매 의존도는 특히 클 수밖에 없다.
전반적으로 노인소비자는 한국사회가 노인 또는 나이를 먹어가는 사람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것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현재 노인소비자 중에도 연금 등의 이전소득을 가진 노인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앞으로 노인소비자 구매력은 조금 더 증가할 것이다. 또한 노인소비자 피해구제 상담요청을 연령별로 보면, 노인소비자 집단 중 가장 젊은 연령대인 ‘60대 노인소비자’의 비율이 가장 많다. 노년기 삶의 질에 대한 기대를 적절히 충족시킬 수 있는 환경에 대한 요구를 현재 노인소비자는 드러내어 표현하고 있지는 않지만, 더 젊은 세대가 노인소비자 집단을 형성하게 되면 보다 더 적극적으로 소비자로서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노인소비자 문제에 대한 대응 전략

앞으로 고령 한국사회에서 노인은 이전 세대의 노인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해방직후 태어난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기에 진입하면서 조만간 한국의 노인소비자층은 새로운 세대로 구성될 것이다. 이들은 교육수준이 높고, 노후의 경제적 자립능력에 가치를 두며, 또한 성장과정에서 서구문화를 체험한 세대이기 때문에 이전 세대의 노인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삶의 질을 기대하고 요구할 것이다. 그리고 풍부해진 지적, 경제적 자원을 기반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기업이나 상인이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무조건 수용하기 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것에 비추어 취사선택하는 주체적인 소비자 행동을 보일 것이기 때문에, ‘합리적 소비자’나 ‘표현적 소비자’가 더 증가할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 사회는 이제까지의 노인에 대한 인식이나 접근방법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대응 전략을 가지고 노인소비자 문제를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노년기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노인소비자 중에서 서로 다른 욕구, 서로 다른 소비목적, 서로 다른 소비문제를 경험할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한다.
어느 연령의 소비자집단에서든 다양성은 존재하지만, 노인소비자는 다른 연령집단보다 더 큰 다양성과 복합성을 지닌 집단이다. 노화의 과정은 연령에 따라 단일하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처한 가족·사회문화·환경적 상황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상황적 차이는 시간이 경과하면서 누적되기 때문에, 개인간 다양성은 연령이 증가하면서 더 커져 노인은 젊은 사람들보다 개인간 차이를 더 많이 보이게 된다. 이미 현재 노인소비자는 경제적 수준에서 편차가 매우 크다. 아마도 다음세대 노인의 경우 그 편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노인소비자는 노화의 과정이 다양한 만큼 그들의 욕구도 다양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에서도 다양하다. 이러한 다양성은 노인소비자의 선택에 대한 요구를 증가시킨다. 그러므로 정부나 기업은 이제 더 이상 연령의 기준으로 모든 노인소비자에게 균등한 정책이나 상품, 서비스를 가지고 접근하기가 어려워졌다. 노인소비자 개인의 선택과 만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강조된다.
둘째, 새로운 개념의 노인문화를 정립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현대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은 노인소비자의 특성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이해하여 노인소비자 시장의 경향을 파악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한다. 또한 노인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로 연결되기 때문에 노인의 행동과 상호작용을 제한함으로써, 노인은 스스로에 대한 이미지도 부정적으로 형성하게 된다. 노쇠한 신체와 질병, 내적 자아의 위축과 같이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이나 자기표현을 위한 적절한 기초로서 작용하지 못하는 이미지인 것이다.

바람직한 노인문화의 정립

현대사회에서 쉽게 생각하는 노화의 긍정적 이미지는 마치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노인이다. ‘나이에 비해 젊다’거나 ‘나이를 거꾸로 먹는다’는 말이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보자. 노인이 닮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긍정적 이미지가 오히려 나이 먹음을 부정하게 하는 것이다. 요즘 노인소비자 사이에서 유행하는 노안수술, 주름제거 수술 등이 사실상 아름답게 나이를 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위적으로 나이를 제거하기 위한 소비행동이라는 사실을 고려할 때, 노인문화는 나이 먹음을 부정하고 젊음을 추구하는 문화의 속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노인 및 나이 먹음에 대한 고정관념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좀 더 긍정적인 노화의 이미지를 개발하여 건강하고 아름다운 노인문화를 정립하는데 있다. 긍정적인 노화의 이미지는 노화의 과정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신체, 행동, 직업상의 변화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노인일 수 있다.
노인문화의 정립은 노인소비자 스스로의 가치 창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이 먹음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어가고 부정적 이미지를 긍정적인 이미지로 전환시키기 위한 노력에서 소비자로서의 욕구와 행동을 어떻게 드러내야 할지 서로 이해하고 힘을 모으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회의 노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줄일 수 있고, 또한 새로운 노년의 라이프 스타일을 창출하게 될 것이다. 인구의 고령화는 인구를 구성하는 연령집단 중 노인인구의 절대적인 규모가 커지며, 동시에 전 인구 중 노인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증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인구 구성에서 어느 연령집단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느냐는 개인의 삶은 물론 사회 전반의 사회문화, 제도, 법 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바람직한 노인문화의 정립은 더 나아가 한국사회가 인구고령화 및 삶의 질에 대한 기대수준의 상승에 대처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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