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단체협의회 소식
  • 월간소비자

월간소비자

제목 증권집단소송제를 통해 본 소비자집단소송제의 필요성
이름 김주영 변호사 단체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

 

tuk2-1.jpg

우리나라 최초로 도입된 미국식 집단소송제

2005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은 미국식 집단소송제를 우리 민사법정에 최초로 도입한 법률이다. 연방민사소송법(Federal Rules of Civil Procedure) 제23조에 의하여 규율되는 미국의 집단소송제는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법적 장치로 평가된다. 피해자 한 명이 별도의 원고모집절차가 없이도 수만 명의 동종 피해자를 대표하여 거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이런 집단소송제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라면 결코 제기될 수 없을 소송들이 제기되어 왔고, 우리나라에서라면 결코 피해보상을 받지 못할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아왔다. 이러한 미국식 집단소송제가 대륙법계 국가인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그야말로 기적 같은 일이다. 아마도 IMF 경제위기가 없었더라면, 그리고 김대중정부나 노무현정부가 아니었더라면 가능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미국식 집단소송제가 증권분야에 한정하여 도입된 것은 IMF 경제위기로 인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에 대한 안팎의 요구가 증가한 상황에서 증권집단소송제가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는데도 기여를 할 것이라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증권관련집단소송법 제1조는 “이 법은 증권의 거래과정에서 발생한 집단적인 피해를 효율적으로 구제하고, 이를 통하여 기업의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하여 증권관련집단소송에 관하여 민사소송법에 대한 특례를 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12년 동안 불과 9건의 증권관련집단소송 제기

증권집단소송제의 도입에 대한 재계의 핵심적인 반대논거는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집단소송이 봇물처럼 제기되어 기업이 큰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는 것이었고, 이러한 반대 때문에 증권집단소송제의 도입에는 상당한 세월이 소요되었다. 하지만 실제로 법이 시행된 이후 이 법에 따른 증권집단소송은 좀처럼 제기되지 않았다. 첫 증권집단소송이 제기된 것은 법이 시행된 지 만 4년이 넘은 지난 2009년 4월이었는데, 진성티이씨라는 업체가 키코와 관련한 손실을 은폐한 것과 관련한 소송이었다. 그 후 간간히 소송이 제기되기는 하였으나 법 시행일로부터 12년 남짓한 현재까지 제기된 증권관련집단소송의 건수는 9건에 불과하고, 그 중 종결된 사건은 화해로 종결된 진성티이씨 사건 단 1건에 불과하다. 왜 이렇게 저조한 것일까? 기업의 불법행위를 입증할 증거가 상대방 기업에 독점되어 있어 승소가 불확실한 반면 소송비용은 많이 들고 허가절차 등으로 인해 시간이 많이 걸리며, 장기간의 소송 끝에 이기더라도 제대로 돈을 받아낼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요인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미분화된 법률서비스시장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소비자, 환경, 독과점, 증권 등 전문적인 영역에서 피해자를 대리할 수 있는 전문적인 원고로펌(Plaintiffs’Firm)이 미발달되어 있고, 각 분야에 전문 변호사라고 일컬어지는 변호사들도 극히 영세한 규모의 법률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이러한 사건에서 피고측인 기업을 대리하는 변호사사무실들이 대형화, 전문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해당 전문분야의 변호사를 구해 대형로펌과 맞서 싸우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미국의 경우 원고로펌은 상당한 자본력을 갖추고 스스로 소송에 따른 모든 비용을 부담하면서 성공보수조건으로(Contingency Basis) 소송을 수임하며, 강력한 증거개시제도(Discovery)를 활용하여 상대방 기업을 압박해 조기에 화해를 이끌어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원고소송을 주로 하는 법률사무소가 자본력도 취약하고 지식기반이나 인적자원도 취약하다. 제도를 만든다고 해서 곧바로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인프라가 형성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착해 나아가는 단계

다른 한 편으로는 우리나라에 전혀 생소한 미국식 제도가 도입된 지 불과 12년 만에 9건이나 소송이 제기되었다고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도 있다. 증권관련집단소송이 사문화되었다는 시각도 있지만, 점차 정착해 나아가는 단계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표 1>은 현재까지 제기된 9건의 집단소송의 내역을 보여준다.


tuk2-2.jpg
위 9건 중에서 종결된 건은 ‘진성티이씨 상대 소송’ 1건이며, 소송허가절차를 마치고 본안으로 이관된 사건은 총 3건인데 그 중 두 건은 ELS기초자산 시세조종에 관한 건으로서 도이치은행 상대 소송과 캐나다 왕립은행 상대 소송이고, 나머지 한 건은 GS건설의 해외플랜트와 관련한 분식결산을 다루는 집단소송이다. 나머지 5건은 아직 소송허가절차(미리 집단소송에 적합한 요건을 갖추었는지 심사하여 허가여부를 결정하는 절차) 심리 중에 있다.

피해 집단의 구제에 유용한 것으로 판명

비록 적은 숫자의 소송이 제기된 상태이고, 아직 최종 결과가 난 사례도 적지만 증권집단소송제는 피해 집단의 권리구제에 유용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조기에 화해 종결된 진성티이씨 사건의 경우 소송을 제기한 원고는 2명에 불과하였지만, 소송허가절차에서 피해자가 총 1,718명인 것으로 드러나 이들 피해자 전체의 손해에 관하여 일부배상을 명하는 화해결정이 이루어졌다. 이들에게 지급된 배상액은 현금 1,371,696,201원과 주식 199,664주를 합한 총 2,743,392,402원 규모였는데, 피해자 집단 전체에게 실질적인 배상이 이루어졌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두 번째로 배상이 지급될 사건은 주가연계증권 기초자산 시세조종과 관련한 사건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도이치은행을 상대로 한 소위 ‘한국투자증권 주가연계증권 289호’사건의 경우 피해자 26명이 일반 민사소송 (공동소송)방식으로 소송을 제기하여 ‘18억+이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는데, 대법원까지 갔다 오는 우여곡절 끝에 원고 전부 승소로 종결될 단계에 있다. 그런데 똑같은 피해를 당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증권관련집단소송이 사후적으로 제기되었고, 490명 정도의 나머지 피해자 전체가 입은 ‘약 86억원+이자’ 상당의 손해배상이 청구되었다. 만약 집단소송제가 없었더라면 26명만이 피해구제를 받았을 것이고 가해자인 도이치은행은 불법행위로 얻은 이익의 일부만을 배상액으로 돌려주게 될 상황이었는데, 집단소송제 덕분에 전체 피해자들의 피해가 배상되게 되었고 이로 인해서 도이치은행은 불법행위로 얻은 이익 이상의 배상을 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 셈이다. 규모가 상당히 큰 집단소송도 출현하고 있다. GS건설의 해외플랜트공사 관련 분식회계사건의 경우 소송허가단계에서 총 10,399명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드러났고, 이들이 입은 피해액은 약 465억 원으로 추산되었다. 집단소송은 소송허가결정이 확정되면 피해자집단 전체에게 소 제기사실을 통지하게 되고 이들 중 집단소송의 구성원으로서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인 제외신고를 하는 사람은 집단소송의 혜택도, 기판력의 제약도 받지 않게 되는데, 10,399명중에서 137명이 제외신고를 하여 1만 262명이 구성원으로 확정되었다. 2013년도 사업보고서가 공포된 이후 불과 10일 동안 GS건설 주식을 순매수한 투자자들만 피해 집단의 구성원이 될 수 있었는데도 그 구성원이 1만 명 이상인 것으로 드러난 경우인데, 일반 공동소송방식이었다면 불과 수십 명 기껏해야 수백 명 정도의 피해자만이 소송을 제기했을 것이다.

소비자 분야에서 집단소송제는 더욱이 필요

증권집단소송제는 소액 다수의 피해구제 면에서, 그리고 가해기업에 대한 응징 면에서 매우 유용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를 비롯한 환경, 독과점 등의 분야에도 집단소송제는 어떠한 형태이든 꼭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증권관련집단소송처럼 소위 OPT-OUT 방식(적극적으로 제외신고를 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소송에 참가하는 형태)인 미국식 집단소송제가 적합한지, 아니면 OPT-IN 방식(적극적으로 피해신고를 해야 배상받는 형태)인 일본식 집단소송제가 적합한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증권투자피해는 개별적으로 계산이 가능하고 거래소와 증권사에 대한 사실조회로 피해자를 파악할 수 있지만, 소비자소송의 경우에는 개별 소비자의 협조 없이 피해자와 그 피해내역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OPT-IN 방식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떠한 방식으로든 피해자집단의 피해를 일거에 배상하도록 하는 집단소송제를 소비자분야에 도입하는 것은 소액 다수의 피해를 입은 소비자의 실질적인 재판청구권 보장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 식품허위과대광고 정보공개창
  • 건강인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 축산물안전관리인증원
  • 축산물안전통합관리인증
  • 내가만드는국민행복표준
  • 농업관측센터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 찾기쉬운생활법령
  • NFSI식품안전정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