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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기료누진제와 일방적 급부결정권 행사의 정당성
이름 이병준 교수 단체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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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누진제에 관한 최근의 논의

올 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기료누진제가 다시 조명을 받고 있다. 왜 많은 사업자가 운영하는 가게는 전기를 펑펑 쓰면서 소비자는 전기료 폭탄이 두려워 전기를 마음껏 쓰지 못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현실화되었다. 그러면서 전기료누진제를 전면 재검토해야 하지 않느냐에 대한 목소리가 우위를 점하는가 싶었는데, 현재 정부와 국회는 누진제를 폐지하지 않고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을 수 있다.

개별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판결 내용

최근에 개인을 모아서 전기료누진제에 따른 전기료가 부당하다고 하면서 해당 전기료를 부당이득을 이유로 반환하는 소송에서 원고인 소비자가 패소하는 첫 판결이 나왔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6. 10. 6. 선고 2014가단5221992 판결). 해당 판결에서 원고들은 소비자에게 적용되는 전기료누진제는 약관규제법 제6조에 따라 신의성실의 원칙을 위반하여 공정성을 잃은 약관으로서 무효이므로, 피고인 한국전력은 실제로 납부한 전기요금과 전기사용량을 토대로 1단계 누진요금을 기준으로 산정한 전기요금의 차액을 부당이득으로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서울지방법원에서는 우선 이 사건의 전기공급약관은 일반전기사업자와 그의 공급구역 내의 현재 및 장래의 불특정다수의 수요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모든 전기 공급 계약에 대하여 적용되는 보통계약 약관으로서의 성질을 갖는다는 기본 대법원의 입장을 재확인하였다. 그리고 약관규제법 제6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고객에 대하여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공정을 잃은 약관조항’이라는 이유로 무효로 판단하기 위한 기존 법리를 다시 확인하고 있다. 즉, 본 규정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그 약관조항이 고객에게 다소 불이익하다는 점만으로는 부족하고, 약관 작성자가 거래상의 지위를 남용하여 계약 상대방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하여 형평에 어긋나는 약관조항을 작성·사용함으로써 건전한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등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이익을 주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하며, 이와 같이 약관조항의 무효 사유에 해당하는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인지 여부는 그 약관조항에 의하여 고객에게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의 내용과 불이익 발생의 개연성, 당사자 사이의 거래과정에 미치는 영향, 관계 법령의 규정 등 모든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질적 불공정성 판단에 있어서 ‘주택용 전기요금 약관상의 전기요금 산정이 전기요금 산정기준 등 고시에 따른 산정기준을 명백히 위반하였다거나 사회·산업 정책적 요인을 감안한 적정투자보수율 등의 수인한도를 일탈하였다고 볼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그 불공정성이 충분히 입증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올바른 접근방법

전기사업법상 전기사업자인 한국전력에서는 전기료와 전기 공급 약관을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어서 그 통제방식으로 인가를 하고 있다. 약관규제법상으로 이러한 전기사업자의 약관은 편입 단계에서 명시 의무가 면제되는 예외에 해당한다. 하지만 약관규제법에 따라 그 정당성을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하여는 또 따른 판단이 필요하다. 본 소송에서 원고측은 약관규제법 제6조 제2항 제1호에 해당한다고 하여 그 불공정성을 주장하였고, 법원에서는 불공정성을 판단하기에 충분한 입증이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하지만 본 사건에 문제되고 있는 전기료누진제는 반대급부와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것이므로, 이는 약관의 형식으로 규정되어 있더라도 불공정성 심사대상에서 아예 제외되기 때문에 원고측에서 접근 방법을 잘못 잡은 것이다. 계약에서 급부와 반대급부, 여기서는 공급될 전기와 전기료는 통상 계약당사자가 계약에서 주요 내용인 이상, 당사자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협상을 통하여 이를 정하게 된다. 또한 약관규제법상 급부와 반대급부에 관한 약관내용을 무효로 선언하더라도 이를 보충할 수 있는 척도가 법률에 의하여 주어질 수 없으므로 약관에 의한 내용통제 대상에서 배제되어 있다.
본 사안에서 한국전력은 전기사업법에 의하여 전기료를 일방적으로 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법률에 의하여 유보된 급부결정권을 한국전력이 마음대로 행사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전기사업법 등에서는 전기료에 대하여 행정부에서 일정한 통제를 가하고는 있기는 하지만, 한국전력에서 결국 이를 정하여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법률에 의하여 유보된 급부결정권을 정당하게 행사하였는지를 심사할 필요가 있다. 독일 민법에서는 급부결정권이 일방에게 유보된 경우 그 정당한 행사여부를 법원에서 심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이러한 명문의 규정이 없더라도 민법 제2조에 의한 신의칙에 기하여 동일한 결과를 우리 법 하에서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계약 내지 법률에 의하여 급부결정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더라도 그 행사를 남용할 수는 없고, 신의칙에 부합하여 상당하게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료가 상당하게 정해졌는지를 검토해 보면, 전기사업법 제21조에서 전기사업자가 전기사용자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이를 구체화하고 있는 동법 시행령 제9조 제2항 제2호에서 전기설비의 이용요금 또는 이용조건을 이용자간에 부당하게 차별하는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전력이 시행하고 있는 누진제 요금은 이를 일반 가정에만 적용함으로써 다른 전기이용자에 비하여 부당하게 차별하므로 누진제 시행은 정당하지 않다고 할 것이다.
현재 한국전력, 입법부 그리고 행정부 모두 누진제 완화로 가닥을 잡아 급진적인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원에서 위 논리에 기하여 전기료의 상당한 가격을 정할 수 있는 길이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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