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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현행법상 고령소비자 보호방법 및 개선방향
이름 서종희 교수 단체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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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소비자의 취약성을 악의적으로
이용한 피해사례 급증

니체의 ‘최후의 인간과 초인’에 보면, 신의 죽음 이후 건강을 새로운 여신으로 선포한 것처럼 인간에게 있어 건강은 중요한 숭배의 대상이 된다. 특히 수명이 늘어나면서 건강수명에 관심을 가지는 고령자일수록 죽음과 건강에 대한 관심은 더욱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고령자의 이러한 특성은 소비행동에도 반영된다. 예를 들어, 고령소비자는 건강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그와 관련된 상품 및 서비스구매에 있어서 정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악덕상술에 의한 고령소비자의 피해사례 중에 가장 빈번한 것이 건강과 죽음과 관련된 건강보조식품, 의료서비스, 상조서비스 등이다. 또한 고령소비자는 급격하게 변화하는 사회구조 및 신상품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교섭력을 가지지 못하며, 생애주기상 거래에 대한 합리적 판단력을 갖추지 못하는 취약성을 가진다(Vulnerable Subject).
최근 사업자가 고령소비자의 이러한 약점을 악의적으로 이용하여 이득을 취한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데, 우리 현행법은 이들을 어떻게 보호하고 있는가? 그 보호방법의 한계점은 없는가? 그 한계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성년후견제도를 활용한 고령소비자 보호

노령으로 인한 정신적 제약으로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한 경우, 고령자는 그 정도에 따라 가정법원의 성년후견(민법 제9조 제1항), 한정후견(민법 제12조 제1항), 특정후견(제14조의2 제1항) 개시심판을 받게 된다. 후견개시심판으로 제한능력자가 된 고령자는 사업자와의 거래행위에 대해 취소권 등을 행사하여 보호받을 수 있다. 또한 고령자는 향후 자신이 사무를 처리할 능력이 부족하거나 부족하게 될 상황에 대비하여 자신의 재산관리 및 신상보호에 관한 사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타인에게 위탁하고, 그 위탁사무에 관하여 대리권을 수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후견계약을 체결하여(민법 제959조의14 제1항),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계약을 무효화 시키거나 계약을 철회하는 방법에 의한 고령소비자 보호

고령소비자가 의사무능력자인 경우에는 계약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을 것이며, 고령소비자가 판매업자로부터 사기·강박을 당한 경우에는 민법 제110조에 기하여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판매업자가 고령소비자의 궁박·경솔·무경험 등을 이용하여 현저하게 불공정한 거래를 한 경우, 고령소비자는 민법 제104조에 기하여 무효를 주장함으로서 지급한 대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반면에 판매업자는 민법 제746조(불법원인급여)에 기하여 고령소비자에게 급부한 물건 등의 반환을 청구할 수 없다. 고령소비자가 착오에 기하여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그 착오에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민법 제109조에 의하여 계약을 취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착오가 동기의 착오에 불과한 경우, 동기가 계약의 내용으로 표시된 경우이거나 상대방이 동기의 착오를 유발한 경우에 한하여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또한 고령소비자는 방문판매법 제8조 내지 제9조 등에 의하여 계약서를 받은 날(계약서보다 재화 등이 늦게 공급된 경우에는 재화 등을 공급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계약을 철회하여 계약의 구속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보호법리는 고령소비자만을 위한 규정이라고 할 수 없으며, 특별한 경우(철회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 등을 알지 못한 경우)에는 고령소비자를 보호하는데 한계가 있다.

정보비대칭 해소에 의한 고령소비자 보호

고령소비자가 제품에 대한 정보에 취약하여 발생하는 사업자와의 정보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은 결과적으로 고령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된다. 더욱이 고령소비자는 본인이 정보 등에 취약하다는 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정보제공을 요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사업자는 이를 이용하여 고령소비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계약을 작성하기도 한다. 사업자와 소비자의 계약이 약관이라면 약관규제법상의 내용 통제에 의해 소비자가 보호될 수 있으나, 약관이 아니라면 개별소비자를 보호하기에 현행법은 미흡하다. 이에 판례가 의사 등 전문가에게 거래 상대방에 대한 설명의무를 부과하듯이 고령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사업자에게도 고령소비자에게 정보 등을 설명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한다면, 정보 부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계약체결과정에서의 불균형을 해결하고 계약당사자의 등가성을 회복함으로서 사적자치의 진정한 실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민법상 불법행위손해배상·부당이득반환 청구권에 의한 고령소비자 보호와 한계

업체 A는 고령소비자 B에 대해 악의적인 위법행위를 함으로서 100의 이득을 얻고 B에게 50의 손해를 발생시켰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B는 A를 상대로 민법 제750조에 기하여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법원은 손해를 산정함에 있어 A가 취득한 이익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B는 자신에게 발생한 손해만을 배상받게 된다. 더욱이 법원은 제396조, 제763조의 과실상계에 따라 B의 과실을 참작하여 A의 손해배상액을 조정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판례는 과실상계에 있어서의 ‘과실’을 ‘약한 부주의’로 이해하므로, 고령소비자인 B의 부주의는 과실상계에 있어서의 ‘피해자의 과실’로 쉽게 인정될 수밖에 없다. 즉 B는 A에게 50을 한도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으나, 과실상계 때문에 50 미만의 손해배상을 받을 확률이 높다. 또한 B는 ① 피해가 소액이라는 이유로, ② 귀책사유 및 위법성 등의 증명책임을 자신이 부담하므로 재판의 결과를 예상할 수 없다는 이유로, ③ 교섭비용 및 소송비용의 부담 때문에 소송을 제기할 실익이 적다는 이유로 소송자체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다. 결과적으로 A는 B를 포함한 다수의 고령소비자에 대한 위법행위를 통해 많은 이득을 취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만을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으로 환원한다.
한편 B는 A가 위법하게 취득한 이득을 (침해)부당이득을 이유로 반환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741조 이하). 그러나 우리 판례는 손해를 한도로 부당이득반환을 인정하므로, B는 100이 아닌 50을 한도로 A에게 부당이득의 반환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 참고로 부당이득의 경우에는 원칙상 과실상계 규정이 준용 또는 유추적용 되지 않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B는 50을 부당이득으로 모두 반환받을 수 있으며, A가 악의라는 점에서 B는 민법 제748조 제2항에 의해 이득에 대한 이자(법정이율 연 5%) 및 손해까지도 반환받을 수 있다. 그러나 부당이득반환청구권 또한 손해를 한도로 한다는 점 등에서 소비자를 기만한 A가 위법행위로 취득한 이득을 모두 환수시킬 수는 없다.
위와 같은 민법상 구제방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입법론으로 소비자를 기만하여 취득한 이득을 손해로 추정하는 규정을 신설하자는 견해, 소비자보호를 위한 징벌적손해배상제도 및 법정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자는 견해, 그리고 미국식 집단소송(Class Action)을 수용하자는 견해, 소비자 보호를 위해 미국과 독일의 이득토출제도(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와 무관하게 위법행위 등으로 취득한 이득전부를 소비자 단체나 정부기관이 주체가 되어 환수시킬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견해 등이 주장되었다.

미국 및 독일의 이득토출(Disgorgement of profits) 제도 도입과 고령소비자 보호

고령소비자에 대한 위법행위의 최적(optimum)의 억지를 위해서는 위법행위를 통해 취득한 이익을 보유하지 못하게 하여 사전적 유인(incentive)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민법상 손해배상제도 및 부당이득제도는 이러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더 나아가 그러한 이익환수(토출)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개별소비자만이 주장할 수 있는 것으로 국한한다면, 개별 피해액이 소액인 경우에는 소비자가 이를 행사할 유인이 없어지므로 소비자단체 및 정부산하기관 등의 청구에 의해 이익토출이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토출된 이득은 소비자를 위한 기금(fund)에 귀속시켜 먼저 소비자에게 분배하고, 남은 금액은 소비자 정책 및 교육 등을 위해 사용해야 할 것이다. 향후 미국의 SEC(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증권거래위원회) 및 FTC(Federal Trade Commission, 연방거래위원회)에 의한 이득토출시스템과 독일의 부정경쟁방지법상의 이득토출제도 등의 장·단점을 분석하여 국내체제에 맞는 이득토출제도가 구비되기를 기대해 본다(<그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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